이소영 대표, "스타배우는 모르겠고, ‘좋은 배우’는 키우고 싶습니다."

한겨레 송호진 기자 2013-02-21

 

사람엔터테인먼트이소영 대표

문소리·조진웅·곽도원·이제훈 소속
영화계 배우 판도 흔드는 진앙지
제작자로 참여한분노의 윤리학
이들 모두가셀프 캐스팅 정도
배우 선택할 기준이라고 하면
연기기술이 아닌 진심어린 태도죠

이소영(42) 대표는 “스타 배우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배우란 톱 배우가 됐을 때 심리적으로도 연기에서도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배우가 긴 계획 아래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구실”이라 말한다. 그는 자신과 함께할 배우를 선택할 때 “다른 일을 했더라도 성공했을 것 같은 성실성과 인성, 자기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연기 기술이 아니라 연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본다”는 것이다.

그가 대표를 맡아 영화제작도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영화계 배우 판도를 흔드는 진앙지다. 여기엔 배우 문소리를 비롯해,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한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낸 조진웅·곽도원·김태훈, 충무로 샛별로 뜬 이제훈이 속해 있다. 영화계에선 “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들로 영화 한 편을 찍을 수 있겠다”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이 대표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21일 개봉)은 실제 그들이 모두 출연한 영화다. 같은 회사 배우들만으로 주요 배역을 구성해, 연기 앙상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작품은 갑자기 숨진 여대생을 둘러싸고, 그를 짝사랑한 옆집 스토커(이제훈), 전 남자친구(김태훈), 사채업자(조진웅), 여대생과 불륜관계에 있던 교수(곽도원)가 여대생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다른 이들에게 극단적으로 퍼붓는 감정을 들여다본다.

20일 만난 이 대표는 “우리가 제작한 영화에 회사 소속 배우들을 (주연으로) 출연시키는 셀프 캐스팅을 좋지 않게 볼까봐 부담도 됐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제작 관계자들과 논의를 하니, 우리 배우들이 각 배역마다 1순위 후보군에 오르더라”고도 말했다.

“교수 아내 역은 부드럽지만 남자한테 밀리지 않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여야 하는데 그게 문소리씨였고, 화술과 언어로 블랙코미디를 보여줄 사채업자로는 조진웅씨 외에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죠. 나이가 많지 않지만 내면에 뭔가 있을 것 같은 옆집 남자 역에 이제훈씨가 적합하다고 봤던 거죠.”

다른 기획사 배우들에게 출연 제안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이 욕심내지 않고 영화에서 비슷한 분량으로 나와 캐릭터의 날선 감정을 표출하는 시나리오를 수용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배우들끼리 감정의 상호작용을 이루려면 서로 신뢰가 있는 우리 회사 배우들이 함께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점쟁이들>(2012)에 이어 영화를 두편째 제작한 그는 “이번 영화는 찌질한 감정에 대한 자기방어·합리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라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는 분노가 다른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 적절한 분노는 필요하지만 잘 조절해야 하며, 분노에도 윤리가 필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회사 제작 영화에 주연으로) 끼워넣었다는 생각이 안 들 만큼 소속 배우들이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선 ‘타이밍’도 좋았던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애초 마케팅 관련 일을 하던 그는 2006년부터 배우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대학 동기가 어떤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다는데 사기당한 건 아닌지 확인하겠다’며 이 대표를 만나러 온 이가 조진웅이었다고 한다. 그런 조진웅은 오히려 “배우는 연기로 영업하는 것이다. 배우의 콘텐츠인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이 대표의 소신에 이끌려 7년째 그와 함께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독립영화 <약탈자들>(2009)에 출연한 이제훈한테서 “남성적 매력과 미소년 같은 느낌이 혼재된 양면성”을 보고 무명이던 그와 손을 잡았다. 단편영화와 한 영화주간지 사진을 보고 건져낸 또 다른 배우가 최근 영화 <코리아>, <남쪽으로 튀어>로 주목받는 한예리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예리를 처음 만나 “무용을 계속 해도 된다”고 했다. 당시 “나를 만나러 온 연예기획사 중에 무용을 해도 좋다고 한 곳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는 한예리는 지금도 연기를 하며 무용공연에도 참가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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