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트 글로벌 상륙기①] "벼락 관심 아니죠" 실체있는 자부심

'K콘텐트'로 소개되는 대한민국 제작 영화, 드라마, 시리즈 등 다채로운 콘텐트들이 글로벌 무대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반짝 관심이 아닌 주류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는 분위기. 과거 아시아 내에서도 일명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경험과 능력치가 이제는 전 세계로 스케일을 넓혔다. 준비 된 우리는 기회를 얻었고, 시대의 흐름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여겨졌던 대과거부터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면서도 궁극적으로 내 집 안방에서 내 것을 잘 해내 온 결과다. 영화는 그저 칸(Cannes Film Festiva) 레드카펫 무대가 최고였던 시절. 어느 덧 아카데미(Academy Awards)를 뚫었고, 이젠 에미상(Emmy Awards)을 바라보는 드라마도 생겼다. 할리우드 플랫폼이 100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의 역사를 다룬 시대극을 완성하기도 했다. 한 명의 힘, 한 작품의 힘이 아닌, 더 크게는 K팝까지 아우르는 'K문화'의 성장이다.

우리 문화 위에서 춤추는 스타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주목받을지 알 수 없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부 현지인들은 여전히 그저 눈 앞에 보여지는대로 '벼락스타가 된 아시아 배우, 혹은 무명 배우'라 표현하며 신기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업계 프로들은 '모셔야 할 사람들', '협업해야 하는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0순위로 파악했다.

이에 국내 제작사, 매니지먼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성공을 위한 노림수가 아닌, 긍정적 발전에 무게를 두고 좋은 건 윈윈 효과로 받아 들이자는 움직임이다. 이를 일찌감치 깨닫고 직접 할리우드 심장을 치며 생고생을 자처했던, 그리고 보란 듯이 글로벌 무대 진출 최전선에 서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미나리' 한예리, '오징어 게임' 정호연, '파친코' 김민하를 보유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수장 이소영 대표다. 매니지먼트 생활 15년 간 그녀의 눈과 귀가 기억하는 경험을 토대로 K콘텐트 전반의 현주소를 전한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국제 무대의 시작은 단연 국제영화제였다. 국내 부산국제영화제부터 프랑스 칸국제영화제까지 몸으로 현장을 누비며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바라보는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기차만 타고 달려가면 안방과 다름 없는 부산에 집결한 해외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열심히 쫓아 다녔죠. 15년 간 매니지먼트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가는 자리마다 한국 콘텐트에 대한 대우도, 관심도 달라진다는걸 몸소 느꼈어요. 나오는 이름이 달라지고, 질문도 달라지고.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그들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진짜 알고 있는지도 눈에 보였죠. 놀라웠던 순간이 많아요.”특히 해외에서는 영화제를 찾을 때마다 '그들이 언급하는' 한국영화 감독 리스트가 계속 업데이트 됐다. '올 때마다 새로운 감독을 궁금해 하네?' '와, 한국 감독들에 대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네?' 신기했던 시간. 이제는 몰라도 알아야 하는 그들만의 정보 싸움이 됐다.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감독님들 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선 공개된 작품과 감독님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2019년도쯤 '파친코' 제작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땐 제작진들이 '벌새'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좋다'고, '봤냐'고요. 정작 저는 국내에서 개봉을 아직 안했던 때라 못봤는데 그들은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이미 봤던거죠.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나요.”

해외에서 선전한 한국 영화들

이는 K콘텐트에 쏟아지는 현재의 글로벌 관심을 절대 '벼락 인기'라고 설명할 수 없는 궁극적 이유이기도 하다. '미나리' 이전에 '기생충'이 있었고, 그 이전부터 세계 영화제 무대를 누빈 감독과 배우, 그리고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수상'이 연이어 터지면서 눈에 띄는 결과가 이슈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뒤엔 오랜 시간 애써 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단순한 작품 소개가 아닌, 쇼 비즈니스 차원에서 쌓은 내공과 기여도가 파워로 발휘된 것. 매체의 변화, 기술 발전에 의한 콘텐트의 힘까지 뒷받침 되면서 역대급 시너지가 완성됐다.

“관심에 관심이 더해진 힘이라고 봐요. 확실한 건 벼락처럼 다가 온 관심이 아닌 만큼, 빠르게 사라질 관심도 아니라는 거죠. 콘텐트를 알아보는 눈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들은 K콘텐트의 귀한 자원이기도 하고요. 해외 시상식은 대부분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그들에게 K콘텐트는 이제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됐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국 문화와 시장, 콘텐트에 대한 정보도 굉장히 많고요. 한국형 코미디, 호러 등 장르물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이미 폭발적이었고, 이젠 그 시선이 아주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들에게 이어지고 있죠.”

해외 에이전시와 매거진들은 직접 아티스트 섭외에 나서고 있고, 선택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양새가 됐다. 미국을 넘어 영국 등 유럽 에이전트들도 아티스트 계약 제의를 따로 문의하고 있다는 후문. 매년 열흘 정도 미국에 들어가 하루 5~6개 씩, 총 50~60번 프로덕션, 에이전트, 캐스팅 디렉터 등과 무작위 미팅을 가졌던 몇 년 전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하지만 경험은 곧 자산이 됐고, '사람을 볼 줄 아는 눈'도 키워졌다.

“전 세계 모든 콘텐트가 모이는 할리우드 시장은 확실히 거대해요. 엄밀히 말하면 그들 리그에서 한국 콘텐트에 관심있고 관리하는 섹션과 팀이 따로 있는거죠. 우리는 할리우드를 '글로벌 진출'이라고 말하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열어두고 다양한 작품에 관심을 보이죠. 인도, 일본 등도 있을테고요. 다만 그 안에서 한국 콘텐트가 이젠 메인 섹션으로 올라선 것이고, 관련 인물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이젠 해외 프로모션을 가도 웬만하면 누가 누군지 다 알겠더라고요.(웃음) 최근 '파친코' LA 프리미어에 갔을 때도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어요.”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미나리' 한예리, '오징어게임' 정호연, '파친코' 김민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의 중심에서 매니지먼트는 콘텐트와 사람을 알아보는 힘이 관건이다. 그리고 사람엔터테인먼트는 경쟁력 있는 작품과 얼굴을 골라내는 '감각'을 검증 받았다. OTT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하기 전 한 발, 두 발 앞서 OTT 콘텐트에 관심을 보였고, 플랫폼 시장의 전환점을 내다봤다. 이로 인해 '미나리' 한예리, '오징어게임' 정호연과 성과를 함께 하게 됐고, '파친코' 김민하와 인연으로 이어졌다. 좋은 결과에는 반드시 좋은 과정과 이유 있는 이유가 따르기 마련이다. 콘텐트가 공개될 때마다 거둔 좋은 성적들에 결과 지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얻은 결과물은 단연 아니다. 감각적 선택의 기준과 시발점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수 많은 해외 출장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적으로 통용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소재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전세계 어느 나라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이야기를 찾게 됐어요. 현재 각광 받는 작품들의 공통점이기도 해요. 또 각종 영화제에 다니면서는 영화제에 갈만한 작품들이 어떤 작품들인지 파악하는 감각이 키워졌고, 동시에 해외 에이전트를 만나면서 플랫폼의 변화와 확장성을 내다볼 수 있었죠. 플랫폼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고요. 그러면서 '미나리'와 같은 책을 알아보게 된 것, 작품과 어울리는 배우를 알아보는 눈도 함께 성장했다고 봐요. 콘텐트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호평 받고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지금의 결론들이죠."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이미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갖췄다. 미국 내 좋은 평판과 인맥을 갖고 있는 매니지먼트와 협업을 통해 받고 있는 정보도 양질이다. “네트워크가 글로벌의 시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바로 정호연이다. 전례없던 신데렐라를 빠른 시간 내, 뒷말없이 깔끔하게 글로벌 스타로 발 붙이게 만든 것도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원문보기 : https://news.jtbc.joins.com/html/055/NB120550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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