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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19. 06.06 글 /사진 이이슬 연예기자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이소영 대표의 눈에 들면 마치 호박 마차를 탄 신데렐라가 된다. 누구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흙 속에 숨은 진주를 발굴하는 이 대표의 능력은 사람엔터테인먼트를 12년간 굴지의 연예기획사로 만들어 냈다. 그는 작품과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도 뛰어나 소속 배우들의 꽃길 게이트를 열어준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현지에서 만난 이 대표는 특별했다.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 ‘기생충’(감독 봉준호) 등 한국영화와 관련 배우와 관계자가 즐비했지만 세 번째 칸을 찾은 이 대표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마주한 그는 왜 업계에서 오랜 시간 입지를 굳건히 해오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제시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성공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엔터의 답은 이소영 대표의 눈에 있었다.
이소영 대표는 공식적으로 세 번째 칸을 밟았다. 2009년 소속 배우가 제62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처음으로 칸을 찾은 이 대표는 이후 조진웅 주연의 ‘아가씨’(2016)가 경쟁 부문에 올라 다시 칸에 왔다. 그리고 올해 ‘악인전’까지. 칸과 인연이 깊다.
“칸은 올 때마다 좋아지는 것 같다. 칸 영화제는 워낙 가고 싶은 곳이어서 배낭 메고 여행하듯 온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 니스에 숙소를 잡아서 왔다 갔다 했다. 여행처럼 온 칸에 공식 초청받아 오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림처럼 비전을 담고 돌아갔을 수 있겠다. 이후에 배우들이 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오면서 감사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칸에서 ‘악인전’ 주연배우들이 가장 주목한 배우는 김성규였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연기를 해온 베테랑 배우들도 영화 데뷔작으로 칸을 밟은 김성규가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영 대표는 김성규를 2017년 3월에 사람엔터로 영입했고, 2년 만에 턱시도를 입는 영광을 누렸다. 이소영 대표는 김성규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범죄도시’ 때 참석한 현장 회식 자리에서 김성규를 처음 봤다. 양태 역 오디션이 엄청 치열했다고도 들었다. ‘어떻게 저런 얼굴이 있지?’ 생각했다. 더벅머리에 눈썹을 밀었더라. 엄청난 영감을 줬다. 연기를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 물론 현장에서 김성규의 인성,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자자했다. 늘 배우와 일하며 배우와 어떤 콘텐츠가 만나야 시너지가 날지 고민한다. 김성규도 ‘범죄도시’가 잘 된 후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찾던 중 넷플릭스의 ‘킹덤’이 눈에 들어왔다. 플랫폼 특성도 좋았고, 새로운 역할을 하는 콘텐츠가 좋았다.”
이소영 대표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연구와 갈증이 결국 오늘날 사람엔터테인먼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콘텐츠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 구현될 수 있는 판타지적 인물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끝까지 간다’로 인연을 맺은 김성훈 감독님이 김은희 작가님과 오래전부터 좀비물을 기획해온 작품이 ‘킹덤’이다. 물론 김성규는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받았다. 신인이 하는 게 맞냐는 고민도 있었지만, 콘텐츠는 안정적인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미들이 부딪히며 예측할 수 없는 좋은 것이 나온다. 김성규는 겸손하고 고민이 많은 친구다. 서로 신뢰를 하며 함께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