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토크]이소영 대표, 스타보다 배우가 배우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조진웅·이제훈·문소리·한예리·곽도원·김태훈 등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 매니지먼트사의 이소영(42) 대표는 마케터 출신이다. 로드매니저부터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매니지먼트 업계에선 독특한 이력이다. 세일즈하던 품목이 브랜드와 상품에서 배우로 바뀐 셈이다. 남편 김현석(43) 공동대표와 함께 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어 ‘점쟁이들’(2012, 신정원 감독), ‘분노의 윤리학’(2013, 박명랑 감독) 등의 영화를 선보였다. 스타를 배우로 만들지 않고, 배우를 스타로 키운다는 매니지먼트 철학을 가진 그를 막걸리 토크에 초대했다. 


축하한다. 한예리가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코리아’(2012, 문현성 감독)로 신인상을 받았다. 

“신인배우를 소개하는 잡지 인터뷰에서 예리를 봤는데 눈빛이 좋아서 욕심이 났다. 자신의 전공인 무용에 대한 애착 때문에 전속계약을 망설이는 걸 끈질기게 설득했다. 무용과 연기를 함께하는 조건이었다. 첫 작품이 ‘코리아’다.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 역할이어서 살도 찌우고 탁구 맹훈련을 했다.” 

-소속 배우들이 상을 몇 개나 받았나. 

“이제훈은 신인상 7개, 조진웅은 남우조연상 2개, 그리고 곽도원은 SBS 드라마 ‘유령’(2012)으로 조연상을 받았다.”

-배우를 고르는 기준이 뭔가.

“눈빛이 반짝반짝 해야 한다. 눈빛에 연기 열정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인성을 본다.” 

-마케팅 전문가에서 매니저로 변신한 계기는. 

“기업의 이벤트 프로모션을 대행해주는 일을 했었다. 미술을 전공한 남편과 힘을 합쳐 이벤트 프로모션, 그래픽, 인테리어를 함께 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이벤트 대행을 하다 보니 가수나 배우들을 자주 만났다. 신인 배우들을 보며 마음이 짠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영화인들에게 그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마음이 짠했던 이유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했다. 장녀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에 집중했다. 사업해서 자리 잡고 나니 꿈을 너무 일찍 포기했다는 후회가 들더라. 돈이 많아야만 아티스트의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닌데. 신인 배우들이 나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영화에 대한 꿈이 있었나.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떨어진 아픈 기억이 있다(웃음). 배우들을 먹고 살게 해주는 매니저 일을 하면서 영화를 배워보고 싶었다.” 

-상품 마케팅과 사람 마케팅은 다르지 않나. 

“마케팅을 10년 하면서 경쟁 제품이 등장해 내가 프로모션한 제품이 사라질 때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상품과도 비교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사람보다 더 매력 있는 물건은 없다.” 

-어떤 배우들과 시작했나.

“소속 신인 배우 중 한 명이 친구를 식사 자리에 데리고 나왔다. 매니저 출신도 아닌 여자가 친구의 매니지먼트를 한다고 하니 사기꾼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더라. 그 친구가 조진웅이었다. 이후 술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나눈 뒤 함께 일하고 싶다고 그가 먼저 말했다. 그와는 소속 배우 이상의 끈끈한 감정이 있다.” 

-끈끈한 감정이라니.

“초기에 무명 배우들을 열심히 키웠는데, 담합해서 나를 떠났다. 위약금도 받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때 그만두려 했는데, 조진웅이 포기해선 안 된다며 버텼다. ‘조진웅이 그만두자고 할 때까진 해야겠구나’ 결심했다.” 

-이제훈은 어떻게 만났나.

“조진웅 뒤로 김태훈이 들어왔다. 김태훈이 출연한 독립영화 ‘약탈자들’(2009, 손영성 감독)에서 그 아역을 이제훈이 했는데, 보자마자 반했다. ‘네 얼굴은 어리지만, 다양한 눈빛을 뿜어낸다. 제대로 연기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그가 받아들였다. 현재 서울경찰청 경찰홍보단에서 군복무 중이다.” 

-조진웅이 ‘용의자 X’(2012, 방은진 감독) 주연을 맡았을 때 감격해 울었다고 들었다. 

“주연이 된다는 건 연기력뿐만 아니라,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인성과 그릇을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진웅씨는 이젠 주인공 해도 돼요’라는 방은진 감독 말에 감격했다.” 

-또 울컥했던 순간이 있나.

“이제훈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맡았을 때 그의 성장이 대견해서 울컥했다. 이번에 한예리가 신인상 받았을 때도 울컥했다. ‘코리아’를 찍을 때 하지원과 배두나라는 대단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얼마나 부담이 컸겠나. 무명인 데다 덩치가 커서 거절을 많이 당했던 조진웅이 KBS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에서 진심 어린 연기를 할 때도 울컥했다.”

-이제훈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건 ‘건축학개론’(2012, 이용주 감독) 덕분 아닌가.

“배우들에게 프로필이 아닌, 필모그래피를 쌓으라고 한다. 프로필은 수치화할 수 있는 데이터고, 필모는 감성적인 거다. 필모가 쌓여서 배우의 아우라가 되는 거다. 이제훈도 ‘친구사이’(2009, 김조광수 감독), ‘약탈자들’,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 등을 통해 필모를 쌓아왔고, 그게 터진 게 ‘건축학개론’이다.”

-배우들과 출연작을 짝짓는 원칙이 있나. 

“역할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를 본다. 특히 배우의 심리 상태를 살핀다. 살다 보면 세상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볼 때가 있는데, 그때 악역을 줄 순 없지 않나. 그건 배우의 감정을 거스르는 일이다.”

-로드매니저도 안 해본 여자가 갑자기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들었으니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엔 대표 명함이 아니라 실장 명함을 파서 다녔다. 로드매니저 출신이 아니니 현장에서 튀게 보인 건 사실이다. 기자, PD,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오해를 받았다. 스타급 배우 한두 명 데려와서 시작할까 고민도 했다. 그렇게 쉽게 시작하면 사람과 업계를 알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함께 고생했던 배우들이 하나 둘 자리 잡으면서 나도 업계에서 인정받게 됐다.” 

-스타가 배우 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스타 되는 걸 강조하던데. 

“영화계에 쓰임새 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난 뒤 스타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 반대의 코스도 있지만 난 이 길이 맞다고 본다. 마케팅 전문가였는데, 배우 인지도를 활용한 사업이 왜 안 보이겠나.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배우들 화보 촬영장에서 넥타이 무늬까지 신경 쓴다고 들었다. 지나친 간섭 아닌가.

“‘작은 것을 놓치면 큰 일을 못한다’는 게 내 가치관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모든 걸 맡긴다. 홍보와 비즈니스는 철저히 나선다. 내가 매니저로서 현장에서 일하는 게 아름다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마케터일 때도 독종이었을 것 같다.

“행사 도우미들이 트럭 위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대충 하길래 내가 직접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시범을 보였다. 마침 이벤트를 의뢰했던 외국계 회사 대표가 그 장면을 보고 내 사업을 적극 밀어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믿는다.”

-제작에 나선 영화 ‘점쟁이들’ ‘분노의 윤리학’은 흥행이 신통치 않았다.

“‘점쟁이들’은 직접 기획한 영화여서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어수선한 얘기라는 실망도 있었지만 제작자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분노의 윤리학’은 상업적으로 이야기 틀을 바꿀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인 감독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미 있는 장르적 시도라며 배우들도 동참했다. 영화는 해야 할 이유, 명분이 확실하면 후회는 없는 거다. 배우들이 작품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속 배우들을 두 영화에 대거 끼워 넣었다는 지적도 있다.

“‘점쟁이들’의 신정원 감독은 곽도원을 캐스팅하고 싶은데, 왜 안 데려오느냐며 서운해했다. 이제훈은 평소 신정원 감독에 호감이 있었고,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해서 출연하게 된 거다. ‘분노의 윤리학’은 우리 배우들이 개런티를 안 받는 대신 지분으로 참여한 거다. 끼워 넣기란 지적은 오해다.” 

-또 영화를 제작할 생각인가.

“2년에 걸쳐 기획 개발한 영화가 있다. 판타지 액션사극이다. 어떤 감독, 배우와 해야 하나 고민하는 단계다. 무척 설렌다.”

-매니저로서 가장 큰 보람은 뭔가.

“배우들은 작품에 푹 빠져 있다가, 이별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늘 마음을 비우며 사는 거다.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비우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과 일하며 삶을 배운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 배우들, 이런 면도 있어요

문소리 “팬심으로 좋아했던 배우다.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바람난 가족’(2003) 등에서 보여준, 그의 대단한 연기를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남편인 장준환(43) 감독 앞에서 하는 행동은 작품의 이미지와는 정말 다르다. 너무 여성적이고, 때로는 섹시하다. 좋은 의미에서의 교태랄까.”


곽도원 “김태훈이 형사로 출연했던 ‘아저씨’(2010, 이정범 감독) 때 처음 봤다. 명함을 달라고 해서 줬다. 계약하고 나서 ‘명함을 앞에 놓고 대표님한테 연락 오기를 기도했었다’고 하더라. ‘연락 안 오면 제주도에 가서 농사지으려 했다’고도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어서, 감동받을 때 잘 운다. 나와 술 마실 때 자신을 알아봐줘 고맙다며 운 적도 있다.” 


조진웅 “좋은 일로 전화했는데 실망스럽게 받고, 안 좋은 일로 전화해도 기분 좋게 받을 때가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결과에 따라 전화 받는 기분이 달라진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롯데 자이언츠에 열렬히 구애한 결과 올해 개막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모든 얘기를 야구에 비유해서 풀어낸다. 야구 지식도 해박하다.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 한 달 뒤 답문자를 받은 영화관계자도 있다.” 


한예리 “재작년 서울 무용대회에서 공연하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 춤추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때 무용도 함께 시켜야겠구나 느꼈다. 배우와 무용인의 구분을 넘어서는 예술인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든다. 5월 말에 또 무용 공연을 한다.”


이제훈 “‘고지전’(2011, 장훈 감독)을 찍을 때 스케줄이 겹쳐 강행군하고 있었다. 나도 몸살이 날 정도였다. 어느 날 일정을 마치고 ‘몸이 피곤할 테니 내일은 운동을 쉬어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토하면서까지 운동을 했다더라. 계획한 건 무조건 해야 하는 고지식한 면이 있다. 뉴욕에서 밤샘 촬영할 때가 있었는데, 휴식 시간에 차에서 자지 않고, 지도를 보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더라. 보는 게 배우는 거라며. 나도 독종이라는 말을 듣는데, 제훈이는 그걸 넘어선다.” 




글=정현목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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