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트 글로벌 상륙기②] K매니지먼트 '글로벌 스타' 정호연 메이킹

K스타 글로벌 스케일에 국내 매니지먼트도 변화 바람
'월드 스타' 급부상 정호연, 확신의 자리매김
사람엔터 이소영 대표 "한국도 시스템 전문화 필요"

 

'K콘텐트'로 소개되는 대한민국 제작 영화, 드라마, 시리즈 등 다채로운 콘텐트들이 글로벌 무대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반짝 관심이 아닌 주류에서도 '대세'가 되고 있는 분위기. 과거 아시아 내에서도 일명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경험과 능력치가 이제는 전 세계로 스케일을 넓혔다. 준비 된 우리는 기회를 얻었고, 시대의 흐름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여겨졌던 대과거부터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면서도 궁극적으로 내 집 안방에서 내 것을 잘 해내 온 결과다. 영화는 그저 칸(Cannes Film Festiva) 레드카펫 무대가 최고였던 시절. 어느 덧 아카데미(Academy Awards)를 뚫었고, 이젠 에미상(Emmy Awards)을 바라보는 드라마도 생겼다. 할리우드 플랫폼이 100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의 역사를 다룬 시대극을 완성하기도 했다. 한 명의 힘, 한 작품의 힘이 아닌, 더 크게는 K팝까지 아우르는 'K문화'의 성장이다.

우리 문화 위에서 춤추는 스타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주목받을지 알 수 없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일부 현지인들은 여전히 그저 눈 앞에 보여지는대로 '벼락스타가 된 아시아 배우, 혹은 무명 배우'라 표현하며 신기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업계 프로들은 '모셔야 할 사람들', '협업해야 하는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0순위로 파악했다.

이에 국내 제작사, 매니지먼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성공을 위한 노림수가 아닌, 긍정적 발전에 무게를 두고 좋은 건 윈윈 효과로 받아 들이자는 움직임이다. 이를 일찌감치 깨닫고 직접 할리우드 심장을 치며 생고생을 자처했던, 그리고 보란 듯이 글로벌 무대 진출 최전선에 서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미나리' 한예리, '오징어 게임' 정호연, '파친코' 김민하를 보유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수장 이소영 대표다. 매니지먼트 생활 15년 간 그녀의 눈과 귀가 기억하는 경험을 토대로 K콘텐트 전반의 현주소를 전한다.

[K콘텐트 글로벌 상륙기①]에 이어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충무로를 이끌어 나가는 배우들이 대거 소속 된 알짜배기 매니지먼트로 자리매김해 온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업계에서 더욱 급부상한 이유의 중심에는 단연 '오징어 게임' 정호연이 있다. '오징어 게임'을 넘어 OTT 플랫폼의 최대 수혜자가 된 정호연은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보인 첫 작품을 통해 전무후무, 전례없는 글로벌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톱모델로 쌓아 온 아티스트로서의 내공과 매니지먼트의 시너지가 그야말로 폭발한 사례다.

차기 행보도 남다르다. 정호연은 이미 두 편의 할리우드 작품 합류를 결정했다.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하는 Apple TV+ 스릴러 시리즈 '디스클레이머(Disclaimer)'와 조 탈보트 감독의 신작 영화 '더 가버니스(The Governesses)'다. '디스클레이머'에서는 기회가 오면 언제든 잡을 준비가 돼 있는, 똑똑하고 활기차고 야망있는 여성 킴(Kim) 역을 맡아 케이트 블란쳇과 호흡 맞추고, '더 가버니스'에서는 반항적인 가정교사 중 한 명으로 분해 릴리 로즈 뎁, 르나트 레인제브와 만난다.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깜짝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할리우드 내 인지도가 급부상한 현재, 쏟아지는 러브콜은 단연 잡아야 마땅하다. 국내 관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글로벌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배우로서 뿌리 내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중구난방 요청과 제안의 홍수 속에서 가장 중요한건 소위 위기관리대처다. 누구도 섭섭하지 않을 최선의 선택을 위해 중심을 놓치지 않는 일.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정호연은 흔들림마저 버텨내며 그 어려운 길도 뚫어냈다.

 

정호연, OTT 신데렐라에서 글로벌 아이콘으로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호연 〈사진=연합뉴스/REUTERS〉

27회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Critics Choice Awards) 무대에 선 '오징어 게임' 박해수, 정호연, 이정재 〈사진=연합뉴스/AP〉

33회 미국프로듀서조합상(Annual Producers Guild Awards)에서 스피커로 나선 정호연 〈사진=연합뉴스/AP〉

미국영화연구소(AFI) 어워즈에서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과 만난 정호연 〈사진=연합뉴스/GETTY〉

모델 시절부터 글로벌 떡잎은 보였던 정호연이다. 그랬던 그가 정해진 해외 쇼를 포기하고 '오징어 게임' 오디션을 위해 입국했던 건 이제 너무 유명한 일화. 당시 '미나리'로 선댄스영화제에 참석했던 이소영 대표는 LA로 넘어가는 일정 사이 뉴욕에 잠시 들러 정호연을 만났고, '정호연을 새벽 역할에 추천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오디션 참석을 결정한건 정호연, 최종 선택은 전적으로 황동혁 감독의 몫이었지만 매니저로서 확신할 수 있었던 운명의 시작은 뉴욕이었다. 매니지먼트 대표로서 확신이 없었다면 포기와 도전의 기로에서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운명을 믿게 됐죠.(웃음) 희한한 인연이긴 해요. 시간이 지나 결과로 이야기 하지만, '만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잖아요. 만약 그때 뉴욕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약 정호연 배우가 쇼가 아닌 오디션을 포기했더라면 등등. '오징어 게임' 대본을 보면서도 남아있는 고민이 많았는데, 그 때 뉴욕에서 만난 정호연은 새벽이에 대한 욕심을 불러 일으키더라고요. 그래서 '배우 오디션을 잘 본다면, 무조건 새벽으로 제작사에 추천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좋은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눴고, 호연 배우도 '오디션 만으로도 기회다'라는 마음으로 큰 결심을 했어요.”

선택의 기로는 끝이 아닌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전부터 모델에서 배우로 전환을 위한 준비를 지속했지만, '오징어 게임'이 터져도 너무 크게 터지면서 '영향력 있는 스타'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했다. 배우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지켜내면서 효과적으로 빛날 수 있는 작업에 착수한 것. 국내 요청들을 0순위로 해결하며 관계와 협력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고, 동시에 전 세계로 단번에 노출 될 수 있는 메이킹도 고민했다. 이소영 대표는 당시를 '굉장히 중요하고 긴박하고 복잡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홍보팀은 변환 된 '배우 정호연'의 이미지를 함께 구축하기 위해 애썼고, 광고팀은 밀려 들어오는 광고를 정리하는데 정신이 없었죠. 무엇보다 약속을 어기고 신뢰성을 깬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 나가면서 정호연이라는 브랜드를 브랜딩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고 타이밍을 기다리는 전략을 썼어요. '이 배우의 존재감을 제대로 브랜딩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으니까요. 저에게는 많은 광고 브랜드와 높은 모델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우의 브랜딩을 확고히 다지는 기회가 필요했고, 그렇기에 결정의 타이밍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죠. 글로벌 앰버서더로서 배우를 브랜딩 하는데 있어 언제, 어떤 브랜드를, 어떠한 형태로 결정할 것인지 승부수를 띄울 그 시점. 배우의 그레이드를 올리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해야 했던거죠. 배우 역시 감사하게도 회사가 내리는 그 결정의 타이밍을 믿고, 기다려주면서 최종 결정에 동의해 줬어요.”

여기에는 과거 광고계에 몸 담았던 이소영 대표의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 광고와 매니지먼트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니 어떤 브랜드가 어떤 아티스트를 원하는지에 대한 감도 있었던 것. 정호연과는 아주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 조차 없었지만,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정호연은 패션 전문가로 상황을 이해했고, 이소영 대표는 브랜드와 아티스트 전문가로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일궈냈다.

“한국 작품으로 사랑받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 광고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 3주 정도가 정말 전쟁 같았는데, 굵직한 내용부터 차분히 정리를 하니까 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때 만약 내가 중심을 잃고 급하게 몰아쳤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는 '그래도 긴밀하게 협업을 잘 했구나' 만족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선 호연 배우와 함께 일했던 유럽 에이전트, 미국 에이전시 등 호연 배우의 네트워크 정보가 큰 도움이 됐고요.”

 

국내 매니지먼트 VS 해외 에이전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정호연은 글로벌 활동을 위해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계약을 체결했다. 브래드 피트, 톰 행크스, 비욘세, 노라 존스, 카디 비, 저스틴 비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속해 있는 에이전시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홍보 마케팅 팀과 광고 팀이 브랜드 선별에 집중할 때, 사람엔터의 글로벌 팀은 에이전트 자료 정리에 매달렸다. 계약을 위한 해외 에이전시의 문의 또한 쇄도했던 때다. 러브콜을 숙성시키는 사전 작업 과정에서 이소영 대표가 5~6년간 미국 출장을 다니며 얻은 고급 정보, 질 좋은 정보의 힘은 또 한 번 발휘됐고, 대면 미팅은 최소화 하면서 최고의 회사, 에이전트를 결정할 수 있었다.

“CAA와 계약을 맺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CAA와 사람엔터 모두가 함께 축하 받을 일이에요. 특히나 CAA는 우리와 '일하고 싶다'면서 먼저 러브콜을 보냈고, 우리 역시 기쁜 마음으로 함께 일하기로 선택을 한 것이니까요.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서 선택한 거죠. 한국 매니지먼트와 미국 에이전트의 개념은 확실히 달라요. 사실 미국은 어떤 회사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 '누구와'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결과적으로 대단한 에이전트와 일하게 돼 영광이고, 호연 배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게 된 건 럭키하고 감사하죠. 한국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CAA 소속이라고 해도 '어떤' 에이전트와 일을 하느냐에 따라 속된 말로 '그레이드(Greid)'가 달라진다. CAA의 엄청난 시스템도 대단하지만, 담당 에이전트가 누구와 일을 했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냐가 배우의 영향력과도 이어진다. 때문에 '어떤 에이전트와 만났냐'는 자체만으로도 영업의 능력이 된다는 것. 사람엔터는 CAA에 몸 담았던 경력자를 일찌감치 영입해 그 토대를 마련해뒀다. 이소영 대표는 “한국도 이제는 에이전트가 스타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매니지먼트는 아티스트 뒤에서 티내지 않고 일하는 것이 정석이고, 큰 회사가 곧 명분이 되는 것이 관례 아닌 관례로 작용해 왔어요. 하지만 이젠 회사의 이름을 떼고도 개개인의 활동이 능력이 돼야 한다고 보고, 실질적으로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개인 커리어가 중요한 시대가 됐죠.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사업적 포인트가 정리돼야 회사도 같이 성장할 수 있고요. '큰 회사의 누구'가 아니라 '누가 다니는 회사'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해외 에이전시와 국내 매니지먼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외 에이전시는 아티스트의 삶을 책임 지지는 않는다는 것. 에이전트를 하나의 직업으로 그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국 매니지먼트는 다소 직관적이고 과장되게 표현해 아티스트의 삶이 곧 본인들의 삶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 비해 전문적으로 발전한 시스템이지만, 그럼에도 인권 침해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의식이 꾸준히 고개를 드는 이유다.

“문화의 차이일 수 있고, 장단점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모든 분야를 사업적 관점, 전문가적 관점으로 접근해요. 에이전트는 물론 홍보, 스튜디오, 세무사, 회계사에 아티스트 전문 법조인까지 개별 계약을 진행하죠. 단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소속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너무 많은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거고요. 다 해주니까 오히려 비즈니스 적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을 때가 많죠. 과거에는 엔터 내 아티스트 초상권 사업 수익이 너무 저조했고, 엔터와 매니지먼트의 사업 기조 자체가 잘 잡혀 있지 않았단 것도 맞아요. 근데 시간이 흘렀고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이젠 아티스트들에게도 '매니저와 에이전트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라는 것이 인식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과는 그렇게 일하는데 한국에서는 안 될 이유가 없죠.”

이는 K콘텐트, K스타들의 글로벌 도약과 함께 국내 매니저들도 글로벌 커리어를 쌓길 바라는, 더 나아가 아티스트들의 아이덴티티에 따라 시스템이 전문화 된 에이전트 매니지먼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소영 대표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숱한 스타들을 갈고 닦아 키워낸 우리의 매니저들이 스스로를 메이킹하지 못할 리 없다. 이소영 대표는 “감정과 영혼이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엔터 산업에서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원문보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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